-
지리산 山사나이 함태식씨산이 좋아예/산행 소식 2009. 3. 4. 07:04
'지리산 山사나이' 38년 만에 下山한다82세 함태식씨, 피아골 산장지기 그만두게 돼
"평생 산에서만 살았는데 인생의 모든 게 깃든 그 산을 떠나라니…."
성성한 백발에 희끗희끗 긴 수염을 기른 함태식(82·咸太式)씨는 2일 오후 인생의 절반을 보낸 지리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발길이 무거워 더 힘들고 막막하기만 했다. 산행 도중 "휴~"하는 긴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소싯적에 4㎞ 산행을 날아다니듯 1시간 안에 주파했지만, 지금은 2시간이 훌쩍 넘는다.
함씨는 지리산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그가 지켜온 지리산 피아골을 오는 4월부터 비워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젊은 산장지기를 새로 뽑은 데다, 함씨가 고령이라 안전상의 문제가 염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리산에서만 38년을 보냈어요. 38년을! 지금 82살인데 고스란히 인생의 절반을 보낸 셈이죠. 그런데 그런 곳을 떠나라니…"
그가 지리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4년. 평소 산에 애착이 컸던 함씨는 미국이 산림을 보호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체계적으로 산을 관리해야 한다며 국립공원 지정 운동을 펼쳤다.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정부는 3년 만인 1967년 지리산 국립공원을 만들게 된다.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이다.
이후 함씨는 산장 만들기에도 나섰다. 지리산 같은 높은 산에서는 해발 100m당 0.7도의 온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노고단(1507m)에 산악인을 위한 숙박형 산장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1971년 노고단에 산장을 만들게 됐고, 함씨는 이곳에서 산장지기로 일했다. 이후 전국에는 산장 35개가 더 생겨났다. 산장의 효시가 함씨인 셈이다. 1987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생기면서 이후 피아골(800m) 산장에서 산장지기 일을 시작했다.
함씨만 나타나면 산악인들은 벌벌 떨었다. 떠들거나 담배를 피우며 등산하는 사람에게는 어김없이 그가 나타나 혼쭐을 냈다. 그래서 함씨의 별명은 '지리산 호랑이'. 1997년에는 이런 경험을 엮은 '그곳에 가면 따뜻한 사람이 있다'란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런 그였지만 봄이 오는 4월이면 산을 떠나야 한다. 구례 출신인 함씨는 일제시대 인천항에서 10년간 일한 것을 제외하곤 줄곧 고향에서 지냈다. 부인은 3년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들 둘은 인천에, 딸은 로마에서 수녀로 뿔뿔이 흩어져 산다.
"산을 떠나면 아무런 희망이 없어요. 소음과 공해에 찌든 도시생활을 단 하루라도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그냥 남은 인생을 조용히 지낼 수 있도록 산비탈에 조그마한 오두막이라도 지으면 좋으련만…." ▣ (조선일보 3월 3일자에서 퍼 옴)'산이 좋아예 > 산행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는 블로그 (0) 2011.07.18 나의 등산급수는 얼마일까요... (0) 2010.04.23 함태식씨 하산 (0) 2009.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