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예/산행 소식
함태식씨 하산
산이좋아예
2009. 4. 25. 03:43
38년간 지리산 지켜온 함태식씨 하산
"반평생을 첩첩산중에 묻혀 살아서인지 이렇다 할 세간이 없네요."백발이 성성한 함태식(82·咸太式)씨는 이삿짐을 꾸리느라 뒤숭숭했다. 20여년 산장지기로 살았던 피아골(800m) 산장을 떠나야 한다 생각하니 콧날이 시큰했다.
"평생을 산만 아는 무지렁이 건달로 살다 보니 남은 것은 통장에 든 10만원밖에 없네요. 그래도 미련이 남지만 이젠 떠나야지요."
38년간 지리산 노고단과 피아골 산장을 지켜온 '지리산 호랑이'가 15일 오후 하산했다.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가 올해부터 경쟁입찰제도를 통해 새로운 피아골 산장지기를 뽑았기 때문이다. 지난달만 해도 그는 하산하게 되면 갈 곳이 없는 안타까운 처지였다.
다행히 국립공원공단은 피아골 산장에서 산 아래로 4㎞가량 떨어진 피아골 탐방지원센터 사무소에다가 33㎡(10평) 남짓한 거처를 마련해줬다. 15일은 함씨가 38년간의 산장지기 일을 끝내고 이곳으로 이사하는 날. 국립공원공단은 직원 숙소로 사용했던 공간을 방 2칸, 수세식 화장실, 부엌을 갖춘 아담한 집으로 새로 단장했다. 해발 350m에 위치한 덕에 함씨는 앞으로도 자연과 벗하면서 살 수 있게 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오는 22일 오후 3시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 탐방지원센터 야영장에서 함씨의 공식 '하산' 행사를 갖기로 했다.(조선일보 4월 16일자 에서 퍼 옴)